"깡통전세 계약하면, 집값 올려서.." 공인중개소의 은밀한 제안
머니투데이 | 배규민 기자 | 입력 2022.08.08 06:00 | 수정 2022.08.08 08:59
[편집자주] 7년 전 연재를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집값, 전셋값 때문에 서민들의 고민과 고통은 큽니다. 집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고 여전히 정답은 없습니다. 애증의 대상 '집', 그리고 세상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부동산(나머지 절반은 동산)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다루고자 합니다. '땅땅' 거리며 살아봅시다.

(서울=뉴스1) 구윤성 기자 = 최근 서울·수도권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'깡통 전세(전셋값≥매매가)' 거래가 급증하면서 국토교통부가 이달 중 대대적인 현장 단속을 실시하는 등 고강도 전세 사기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. 사진은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지역의 모습. 2022.8.1/뉴스1 Copyright (C) 뉴스1. All rights reserved.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.
# 전셋집을 알아보던 이모씨는 A공인중개소 관계자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았다. 이씨는 빌라가 마음에 들지만 전세보증금이 매매가 보다 비싸서 대출도 제한적이고 보증보험가입도 어려워 계약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.
그러자 실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A중개소 관계자는 일단 전세 계약을 하면 집주인이 아는 지인에게 전세보증금 보다 높은 금액에 집을 매도해 새로운 시세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. 그 시세를 기준으로 최대 80%까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고 보증보험가입도 가능하다고 했다. 집주인이 바뀌지만 계약은 유지되기 때문에 임차인은 상관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. 이런 조언을 한 실장은 나중에 알고보니 정식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이었다.
부동산 하락세로 매매가와 전셋가의 격차가 크지 않거나 전셋가가 더 높은 '깡통전세'가 급증하고 있다. 통상 전세가율이 80%를 넘기면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전세보증금을 다 돌려받을 수 없어 깡통전세라고 한다. 서울 강서구의 경우 깡통전세 비율(올 상반기 신축 빌라 거래기준)이 50%를 넘어섰다. 깡통전세는 전세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.
━의도적인 시세 조작·잔금일 명의 변경, 전형적인 전세사기 수법━
전문가들은 위의 사례에 나온 이씨 사건은 전세사기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. 전세자금대출이나 보증보험가입을 위한 의도적인 시세조작 자체가 사기에 해당되며 임차인이 동조한 게 될 수 있다. 더욱이 이씨가 전입과 동시에 확정일자를 받아도 잔금을 치르는 날 집주인을 또다시 바꾸거나, 선수위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이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을 확률이 크다.
세 모녀 사기단 사례와 같이 잔금일에 임대인을 바지사장으로 명의를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보증보험에 가입하더라도 대항력의 발생시점 임대인과 처음 계약서상 임대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고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어 고스란히 피해를 안아야한다. 일명 세 모녀 전세사기는 분양업자와 짜고 임대차보증금 298억원 상당을 편취한 사건이다.
━임대인 세금 체납시 보증금 못 받아…제도 보완 절실━
전세사기 유형 중에 손 놓고 당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. 바로 임대인의 세금 체납 문제다.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심각하다는 말에 최모씨는 전세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확인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. 하지만 이후 임대인의 세금 체납으로 압류가 걸렸다. 임대인의 밀린 세금때문에 최씨는 보증금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.
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올해 1~7월 임대인의 세금 미납으로 임대인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122억1600만원(101건)에 달한다. 벌써 지난해 연간 피해 보증금 93억6600만원(143건)을 넘어섰다.
현행법은 집주인이 동의를 해야 세금 체납여부 확인이 가능하고 세금 미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전세계약을 맺더라도 이후에 세금을 체납하면 임차인은 경매 이후 세금을 제외한 금액만 받을 수 있다. 때문에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의 세금완납증명서를 첨부하거나 중개사를 통해 세금 체납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등 전세금 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.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한 후에 생긴 체납이라도 세금을 제외한 후 보증금을 돌려 받아야하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.
━신탁된 부동산·외국인·법인과 계약 더 꼼꼼히 따져야━
전셋집이 신탁된 부동산, 임대인이 외국인이거나 법인인 경우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. 신탁된 부동산은 신탁회사가 임대인인데 위탁자가 마음대로 전세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착복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. 이 경우 신탁회사가 무단점유를 이유로 퇴거 통보를 하면 위탁자와 전세계약을 맺은 임차인은 나가야 한다.
외국인은 보통 외국에 거주하기 때문에 대리인을 내세우는 데 알고 보면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거나 계약 이후 연락이 되지 않기도 한다. 외국인이 임대인이면 서류가 복잡하더라도 잘 확인해야 하고 소송으로 갈 경우 외국에 거주하기 때문에 소송절차가 더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.
법인은 파산하면 근로자의 임금 등이 우선적으로 해당 주택의 경매 낙찰가에서 빠져나가고 전세보증금을 받을 대상도 사라진다. 법인 역시 대리권 없는 대리인이 계약하는 경우도 있어 계약시 잘 확인해야 한다.
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"최근 전세사기를 보면 알선브로커·공인중개인·임대인 등이 공모해 조직화·지능화 돼 세입자가 신경을 쓰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"면서 "조직적으로 법의 허점을 이용해 덫을 놓는 경우가 많은데 단속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"고 강조했다.
※도움말 :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
배규민 기자 bkm@mt.co.kr
출처:https://realestate.daum.net/news/detail/all/20220808060026341
"깡통전세 계약하면, 집값 올려서.." 공인중개소의 은밀한 제안
머니투데이 | 배규민 기자 | 입력 2022.08.08 06:00 | 수정 2022.08.08 08:59
[편집자주] 7년 전 연재를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집값, 전셋값 때문에 서민들의 고민과 고통은 큽니다. 집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고 여전히 정답은 없습니다. 애증의 대상 '집', 그리고 세상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부동산(나머지 절반은 동산)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다루고자 합니다. '땅땅' 거리며 살아봅시다.
(서울=뉴스1) 구윤성 기자 = 최근 서울·수도권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'깡통 전세(전셋값≥매매가)' 거래가 급증하면서 국토교통부가 이달 중 대대적인 현장 단속을 실시하는 등 고강도 전세 사기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. 사진은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지역의 모습. 2022.8.1/뉴스1 Copyright (C) 뉴스1. All rights reserved.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.
# 전셋집을 알아보던 이모씨는 A공인중개소 관계자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았다. 이씨는 빌라가 마음에 들지만 전세보증금이 매매가 보다 비싸서 대출도 제한적이고 보증보험가입도 어려워 계약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.
그러자 실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A중개소 관계자는 일단 전세 계약을 하면 집주인이 아는 지인에게 전세보증금 보다 높은 금액에 집을 매도해 새로운 시세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. 그 시세를 기준으로 최대 80%까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고 보증보험가입도 가능하다고 했다. 집주인이 바뀌지만 계약은 유지되기 때문에 임차인은 상관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. 이런 조언을 한 실장은 나중에 알고보니 정식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이었다.
부동산 하락세로 매매가와 전셋가의 격차가 크지 않거나 전셋가가 더 높은 '깡통전세'가 급증하고 있다. 통상 전세가율이 80%를 넘기면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전세보증금을 다 돌려받을 수 없어 깡통전세라고 한다. 서울 강서구의 경우 깡통전세 비율(올 상반기 신축 빌라 거래기준)이 50%를 넘어섰다. 깡통전세는 전세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.
━의도적인 시세 조작·잔금일 명의 변경, 전형적인 전세사기 수법━
전문가들은 위의 사례에 나온 이씨 사건은 전세사기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. 전세자금대출이나 보증보험가입을 위한 의도적인 시세조작 자체가 사기에 해당되며 임차인이 동조한 게 될 수 있다. 더욱이 이씨가 전입과 동시에 확정일자를 받아도 잔금을 치르는 날 집주인을 또다시 바꾸거나, 선수위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이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을 확률이 크다.
세 모녀 사기단 사례와 같이 잔금일에 임대인을 바지사장으로 명의를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보증보험에 가입하더라도 대항력의 발생시점 임대인과 처음 계약서상 임대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고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어 고스란히 피해를 안아야한다. 일명 세 모녀 전세사기는 분양업자와 짜고 임대차보증금 298억원 상당을 편취한 사건이다.
━임대인 세금 체납시 보증금 못 받아…제도 보완 절실━
전세사기 유형 중에 손 놓고 당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. 바로 임대인의 세금 체납 문제다.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심각하다는 말에 최모씨는 전세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확인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. 하지만 이후 임대인의 세금 체납으로 압류가 걸렸다. 임대인의 밀린 세금때문에 최씨는 보증금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.
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올해 1~7월 임대인의 세금 미납으로 임대인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122억1600만원(101건)에 달한다. 벌써 지난해 연간 피해 보증금 93억6600만원(143건)을 넘어섰다.
현행법은 집주인이 동의를 해야 세금 체납여부 확인이 가능하고 세금 미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전세계약을 맺더라도 이후에 세금을 체납하면 임차인은 경매 이후 세금을 제외한 금액만 받을 수 있다. 때문에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의 세금완납증명서를 첨부하거나 중개사를 통해 세금 체납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등 전세금 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.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한 후에 생긴 체납이라도 세금을 제외한 후 보증금을 돌려 받아야하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.
━신탁된 부동산·외국인·법인과 계약 더 꼼꼼히 따져야━
전셋집이 신탁된 부동산, 임대인이 외국인이거나 법인인 경우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. 신탁된 부동산은 신탁회사가 임대인인데 위탁자가 마음대로 전세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착복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. 이 경우 신탁회사가 무단점유를 이유로 퇴거 통보를 하면 위탁자와 전세계약을 맺은 임차인은 나가야 한다.
외국인은 보통 외국에 거주하기 때문에 대리인을 내세우는 데 알고 보면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거나 계약 이후 연락이 되지 않기도 한다. 외국인이 임대인이면 서류가 복잡하더라도 잘 확인해야 하고 소송으로 갈 경우 외국에 거주하기 때문에 소송절차가 더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.
법인은 파산하면 근로자의 임금 등이 우선적으로 해당 주택의 경매 낙찰가에서 빠져나가고 전세보증금을 받을 대상도 사라진다. 법인 역시 대리권 없는 대리인이 계약하는 경우도 있어 계약시 잘 확인해야 한다.
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"최근 전세사기를 보면 알선브로커·공인중개인·임대인 등이 공모해 조직화·지능화 돼 세입자가 신경을 쓰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"면서 "조직적으로 법의 허점을 이용해 덫을 놓는 경우가 많은데 단속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"고 강조했다.
※도움말 :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
배규민 기자 bkm@mt.co.kr
출처:https://realestate.daum.net/news/detail/all/20220808060026341